한국 언론의 이란 전쟁 보도는 대부분 경제 기사다. 호르무즈 해협이 막히면 유가가 배럴당 150달러를 넘는다, 한국은 원유의 72%를 중동에서 들여온다, 물가가 6%대로 뛴다. 다 맞는 얘기다. 그런데 그 보도에는 “미국”이 하나의 덩어리로 나온다. 트럼프가 곧 미국이고, 미국이 곧 이 전쟁이라는 식이다.
실제 미국은 그렇지 않다. 지금 이 전쟁을 두고 미국 우파 내부에서는 MAGA 운동이 생긴 이래 가장 큰 싸움이 벌어지고 있다.
우파가 우파와 싸우고 있다
2월 28일 미국과 이스라엘의 기습 공습으로 전쟁이 시작됐고, 4월 이슬라마바드 협상이 결렬된 뒤 해상 봉쇄까지 갔다. 그 과정에서 트럼프의 최측근 우파 인사들이 공개적으로 등을 돌렸다.
터커 칼슨은 이란 민간 인프라 타격 위협을 “전쟁 범죄”라고 불렀다. 메긴 켈리, 캔디스 오웬스도 가세했다. 트럼프는 이들을 “멍청한 사람들”이라고 받아쳤다. 한때 트럼프의 확성기였던 우파 미디어가 전쟁 문제로 쪼개진 것이다.
세대 차이도 있다. 이라크와 아프가니스탄을 보며 자란 젊은 우파는 또 다른 중동 전쟁에 회의적이다. “아메리카 퍼스트”로 당선된 대통령이 왜 중동에서 전쟁을 하고 있느냐는 게 이들의 질문이다.
왜 중요한가
트럼프가 협상 카드를 계속 만지작거리는 이유가 여기 있다. 6월 11일 예정됐던 공습을 취소하고 협상을 진행 중이라고 발표한 것도, 민주당 압박 때문이 아니라 자기 지지층이 전쟁을 끝내라고 요구하기 때문이다. 미국 정치를 백악관 발표문으로만 읽으면 이 동력이 안 보인다.
한국에 직접 걸린 문제이기도 하다. 5월 호르무즈에서 한국 화물선 HMM 나무호가 이란의 공격으로 불탔고, 트럼프는 한국도 호위 작전에 합류하라고 공개적으로 요구했다. 한국 정부는 “신중히 검토”라고만 했다. 미국 여론이 어디로 가는지 읽는 것이 한국의 선택에도 중요해졌다.
이 전쟁이 어떻게 끝나든, 미국 우파의 절반은 처음부터 반대했다는 사실은 기록에 남는다. 한국 뉴스에는 잘 안 나오는 이야기다.